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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기사 모음/스포츠둥지기자단 7기

김영란법 시행, 스포츠 클럽 활성화의 기회일 수 있다

#김영란법 시행, 스포츠 클럽 활성화의 기회일 수 있다

#엄세훈기자

 



운동부 자녀를 두고 있는 용석 어머니는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시름이 깊어진 것이다. 연습경기 전에 통상적으로 코치에게 갖다주는 커피나 간식거리가 법조항에 위반돼 처벌받을 수 있기 떄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매뉴얼이 있나 찾아봤지만 하나도 없었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궁금한 내용을 상담했다.

 

김영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되면서 스포츠계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상을 금지하는 ‘3·5·10’ 항목과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이 김영란 법의 핵심이다. 법률 대상자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해당된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공무원, 공직유관단체나 공공기관 임직원, 각급 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등이다.

 

골프와 김영란법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소수 회원으로 운영하는 고급 회원제골프장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킹(예약)이 쉬운 고가 골프회원권은 대부분 접대용도로 구매한다. 그러나 접대골프가 불가능하게 되면, 회원권 이용가치가 없어져 가격도 폭락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회원제골프장의 주말 내장객 가운데 10∼15%가 접대골프로 온 사람들로 나타났다. 특히 법인회원권 이용객은 50%가 접대골프로 추정된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한 골프장은 무기명 회원권 비중이 적지 않아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무기명 골프회원권이란 말 그대로 누가 사용할지 정하지 않은 회원권이다. 골프장 예약이 쉽고 1인당 적게는 3만 원, 많게는 6만 원 정도의 그린피만 내면 되기 때문에 기업에서 주로 접대용으로 활용했다. 이 회원권이 없다면, 주말에는 20만 원 이상의 그린피를 내야 한다.

 

그러나 부정청탁 금지법이 시행되면 공직자 등에 대한 기업들의 골프 접대가 어려워진다. 무기명 회원권으로 골프를 쳐도 접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무기명 회원권으로 골프 접대를 받았던 인구를 최소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들은 연간 1조 원대의 매출 감소를 겪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강형모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회장은 “아마 회원제 골프장들은 평균 20%에서 30% 정도 매출이 줄게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1조 원 정도가 매출이 감소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김영란법이 골프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16년’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중 대중제 골프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 7월 기준 48.2%로 회원제 골프장(47.8%)을 앞질렀다. 7월은 김영란법이 합헌 결정 난 시점이다.

 

연구소 측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접대골프가 불가능해지면서 접대골프를 위해 사들인 고가 법인 골프회원권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입회금 반환 사태를 부추기면서 부실한 회원제 골프장들의 회생절차 신청, 대중제 전환을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천범 소장은 “값싸게 칠 수 있는 대중제 골프장의 증가는 진정한 의미의 골프 대중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침체됐던 스크린골프 업계도 조금씩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골프는 18홀 기준 게임당 비용이 1만5,000~3만 원선이다. 접대골프의 1인 상한선인 5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스크린골프장들은 투비전(골프존), 지스윙 멀티(지스윙) 등 최첨단 골프시뮬레이터를 선보이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첨단 시스템으로 주말 골퍼들의 발길을 어느 정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흔히 골프와 스크린골프 등 기존에 접대가 횡행하던 종목에 대해서만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당구나 볼링, 스쿼시 등 일상생활에서 행해지는 스포츠 종목도 같은 적용 대상이다. 중요한 것은 종목이 아니라 함께 스포츠를 즐긴 사람들 간의 ‘업무 연관성’이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접대 운동은 선물이 아닌 편의제공에 해당돼 관련된 우대ㆍ할인ㆍ금액 제공이 원천 금지된다”며 “골프나 스크린골프가 아닌 당구나 볼링 등도 업무연관성이 있다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 운동부와 김영란법

 

특히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각급 학교 운동부의 지도자와 학생선수 학부모 측에서는 그 적용 범위와 금지되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구체적 유형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학생선수의 입학, 성적, 수업 출결 처리는 김영란법이 규정한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해당하므로 사실과 다르게 처리하도록 청탁하는 것은 김영란법이 금지하는 부정청탁에 해당한다. 학교 운동부의 지도자가 김영란법상 위반행위를 하게 되면 그 소속 학교의 장이나 학교법인도 경우에 따라 100만원 초과일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일단 현재 학부모 회비로 충당하는 지도자 급여는 회계장부상 투명한 절차를 거치면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9월 27일 KBS 보도) 하지만, 커피나 간식 제공마저 금지된 상황에서, 전지 훈련비와 승리 수당 등 비공식적인 경로로 오고 갔던 비용이 쟁점이다. Y고등학교 농구부 코치는 “학부모 회비로 충당하는 지도자 급여는 학원비 내는 것과 똑같은 개념이다. 학부모 회비로 월급을 못 받으면 코치는 어디에서 월급을 받나”며 “커피나 간식까지 꼼곰히 제한하는 것은 세상을 너무 각박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S초등학교 농구부 코치는 “아직은 다들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다”며 “법을 위반하면 서로 처벌받기 때문에 부모랑 사이가 나빠지면 문제가 된다”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는 “안그래도 처우가 심각하게 열악한 상황인데 엄격하게 규율하면 코치들은 죽으라는 것이냐”라고 하소연을 했다. 스포츠 전문 변호사 강래혁씨는(9월 27일 KBS 방송) “학교 회비로 전입되지 않고 학부모들이 지도자에게 직접 건네줘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영란 법이 꼭 엘리트 스포츠에 안좋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선수 육성 시스템의 구조가 엘리트 운동부가 아닌 학교 밖의 스포츠클럽으로 이동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와 문체부 등 주무 부서들은 학교 운동부 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인 매뉴얼조차 만들어 놓지 않아, 당분간 학교 운동부 현장에서의 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학부모, 코치, 주무 등 모든 의견을 수렴하여 공정한 엘리트스포츠 문화를 만들어가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