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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기사 모음/스포츠둥지기자단 7기

바닥을 기는 엘리트 농구, 열기를 뿜어내는 길거리 농구


농구를 즐겨하는 주말, 농구하러 나가기 전 신발끈을 맬 때가 그렇게 설렐 수가 없다. 나가서 3시간씩 농구를 하면 일주일 간의 스트레스가 쫙 해소된다. 농구 끝나고 마시는 공기는 제주도의 맑은 공기 부럽지 않다고나 할까.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릴 때도 그냥 안 버린다. 멀리서 포물선을 그리며 던지면서 버린다. 유행하는 걸그룹 노래보다도 밖에서 농구공 튀기는 소리가 좋다. 여자친구의 손 보다 농구공을 잡을 때가 제일 즐겁고, TV에 나온 유명한 ‘맛집’의 음식보다 농구 끝나고 먹는 치킨이 맛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할리우드 영화를 보러 가는 것보다 프로농구경기 관람하러 가는 것이 가장 즐겁다. 농구화, 유니폼, 농구공 등 농구용품을 산 비용도 한 100만원 정도 든 것 같다. 삶이 이러다보니 주위 인간관계도 대부분 농구 일을 하는 사람들밖에 없다. 이렇게 좋아하게된 ‘농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1891년 12월, 미국 스프링필드 대학의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는 겨울철에도 학생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가 ‘농구’라는 종목을 만들어냈다. 농구는 수영이나 마라톤처럼 개인 종목이 아니고 경기에서는 5명이 플레이한다.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개인의 역량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팀워크다. 하지만 그 5명이 뛰어나다고 해서 좋은 팀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식스맨으로 출장하는 선수를 비롯한 전원이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그 팀은 결코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없다. 농구는 어떤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맨손으로 하는 것이어서 배구나 배드민턴처럼 네트가 쳐져 있지 않기 때문에 좌, 우, 상, 하로 움직이면서 창의력이 무한히 필요한 스포츠다. 농구는 농구공 하나만 있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운동이다. 농구기술과 전술은 수 백가지가 넘을 정도로 무한해 알면 알수록, 잘하면 잘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운동이기도 하다. 농구는 축구와 같이 공격수와 수비수가 따로 없다. 야구와 같이 선발투수 1명이 타자 10명을 상대하는 1:10으로 하는 스포츠도 아니다.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등은 네트가 있어 살과 살이 맞닿는 농구와 같이 몸싸움에서 오는 감동을 느낄 수도 없다.


농구는 어떤 면에서 잔혹한 스포츠다. 공 소유권만 있으면 용서없이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공 소유권을 많이 획득해야 유리하다. 그래서 농구의 격언 중에는 ‘백보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제압한다’는 말이 있다. ‘농구는 센터하기 나름’이란 말은 농구계의 정설이다. 이때 수비 리바운드는 상대가 실수한 공을 잡아내는 것이다. 공수전환이 빠른 팀들은 속공을 노려볼 수 있다. 농구는 서서 하면 안 되는 운동이다. 1초의 오픈 찬스를 만들기 위해 뛰고 부딪혀도 계속 뛰어야 한다. 농구 링의 크기는 45cm로 생각보다 크다. 프로농구경기를 보러가면 경기 전 선수들이 슛 연습을 할 때 공 여러개가 링에 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NBA 슈팅 전문가 할 위셀은 공 3개하고도 0.5개가 더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다고 한다. 농구는 시간의 미학이 있는 스포츠다. 축구와 배구 등 다른 구기종목과는 다르게 0.4~5초 사이에도 역전을 할 수 있는 긴장감이 있다. 공수전환도 빨라 득점도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진다.

최근 농구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2015-2016시즌 프로농구 관중현황은 946,674명으로 15년 만에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체육관을 가면 관중석이 텅텅 비어 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활약은 밤을 새면서 보지만 농구는 심지어 중계조차도 없다. 남자농구는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게 오래된 일이었고. 장신선수 기근에 허덕이는 여자농구는 최근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아쉽게 떨어져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다. 대표적인 농구 커뮤니티 ‘동아리농구방’ 누리집에는 온라인 상으로 경기요청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체육관에서 경기가 있다 보니 야외에서 하는 축구,야구 등 다른 종목보다 대회도 더 많다. 대학농구를 보러 체육관에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중들이 빽빽이 가득 차 있다. 중고농구연맹에 등록되어 엘리트 농구 팀은 전보다 줄었지만 학교스포츠클럽 팀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농구하러 밖으로 나가보자.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 중 하나는 같이 땀을 흘리는 것이라고 한다. 서로 뛰며 의사소통을 하면 동네 이웃과도 친해질 수 있다. 뛰다 보면 저절로 땀이 나 돈 들이지 않고 무료로 사우나를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1시간만 풀코트를 하면 비만 걱정은 고이 접어 하늘로 날려 보낼 수 있다. 여러 번 패스를 통해 공이 링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의 짜릿함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비하인드 백 드리블로 상대팀 2, 3명을 제치고 같은 팀과 주고 받는 패스의 쾌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웃들과 농구 경기를 해보자. 상사의 잔소리로 인한 고충과 매주 맞는 월요병 스트레스를 치료할 특효약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