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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기사 모음/스포츠둥지기자단 7기

농구로 학생들과 같이 성장한 주옥같은 3개월 서울 은평중학교 - 자유학기제 수업을 마치며

#농구로 학생들과 같이 성장한 주옥같은 3개월 서울 은평중학교 - 자유학기제 수업을 마치며

#엄세훈기자

 

 

 


 

 

“선생님, 이 수업 끝나시면 이제 뭐 하시나요?” 한 학생이 필자의 마음을 뜨겁게 울린다.

자유학기제가 올해 전면 시행됐다.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이다. 전국의 중학교 3,157개교가 오는 2학기에 자유학기를 하면서 100% 시행됐다. 필자는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민국농구협회가 주관하는 사업인 청소년체육활동지원 팀빌딩 프로그램 농구 지도자로 참가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1박 2일동안 지도법 연수를 받고 3157개 학교중 하나인 서울은평중학교에서 8월 17일부터 10월 26일까지 자유학기제 수업인 농구를 가르쳤다.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3.69→4.04, 학부모의 공교육 신뢰도는 3.91→4.09, 교사의 학교 만족도는 3.93→4.22로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르치면서 체육선생님이란 꿈에 더 다가가기도 했지만 괴리감도 여러 느꼈다. 이런 점을 글로 표현해보고자 한다.

 

 

 

▲ 하얀 거짓말(필자의 오지선다형)

 

 

수업은 월요일 1반~4반 27명, 수요일 5반~8반 23명으로 5교시, 6교시에 진행됐다. 흔히 첫인상이 끝인상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한다. 기자들도 첫 문장에 가장 신경을 쓴다. 첫 문장으로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학생들과 첫 만남에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시선을 확 사로 잡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하얀 거짓말’을 준비했다. ‘하얀 거짓말’이란 ‘좋은체육수업나눔연구회’에서 개발한 아이디어로 오지선다형이며 자신에 대한 질문을 넣어 한 질문만 거짓말로 문제를 내는 것이다. 시험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없이 자유롭게 답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졸린 눈을 비비던 학생들의 눈빛이 조금씩 떠지기 시작했다.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는 ‘자유학기제’ 목적에 맞게 농구를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농구에 대한 다양한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때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를 심하게 느꼈다. 밖에서 하는 드리블, 패스, 슛, 전술은 학생들이 무척 좋아했지만 농구 기자, 심판, 기록원, 타이머, 전술 등 교실에서 하는 수업들은 대단히 지루해 했다. 필자 기억속에는 27명의 학생들 중 절반이 엎드려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자책감을 느꼈다. 그래도 이 많은 학생들 중 3명만 경청하고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며 그 3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수업을 했다. 훗날 뭐가 문제였는지 고민을 해보니 학생들은 진로를 농구쪽으로 생각해 신청한 것이 아니라 밖에서 마냥 농구를 하는 것이 좋아 신청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른 다음반(5~8반) 수업때는 농구 심판과 기록원 수업을 하지 않고 5on5 경기를 진행했다.

 

5on5 경기를 진행할 때도 재밌게 하기 위해 1분 1골 농구를 했다. 시간이 한정되어 27명이 다 5on5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1분 안에 1골을 꼭 넣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6명씩 4개의 조로 나눠 이긴 조는 계속 하고 진 조는 기다리는 조랑 바꿔 바로바로 경기를 했다. 만약 1분 안에 1골이 안나면 2개 조가 다 들어가고 다음 2개 조가 경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러자 모든 학생들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4개의 조로 나눌 때도 잘하는 얘 4명이 나눠서 순서대로 학생들을 뽑으면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어(필자가 아주 큰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4명만 따로 불러서 비밀리에 이름표만 보여주고 학생들을 선발했다.

 

 

월요일, 수요일 수업을 마치고 나서는 항상 그날 수업일지를 썼다. 수업일지에는 어떤 부분이 잘 안됐고 이런 부분은 잘 됐으며 여러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수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학생들을 통제하는 부분이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스테판 커리’나 ‘르브론 제임스’같은 NBA 스타선수가 와도 학생들을 잘 지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뜻이냐면 아무리 농구에 대한 전문성이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학생들을 통제할 수 없다면 그 수업은 광란(madness)의 농구장이 되는 것이다. 처음 야외수업을 했을 때 여기가 과연 학교인지, 아니면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7차전인지 구분이 안됐을 정도로 시끄러워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선착순으로 아이들을 뛰게도 하고 손을 들게 하기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여러 벌을 주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수업을 하면서 반대편에서는 학교 체육선생님이 지도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체육선생님은 역시 달랐다. 그런 티칭 스킬(Teaching skill) 부분을 모방하니 목에 핏대 세우지 않고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었다. 학교체육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

 

 

 

 

 

 

수업 8주차 마지막날에는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말 잘듣고 농구에 열정이 있는 학생에게는 아끼는 농구화와 점프볼 잡지, 책을 선물로 줬다.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의 사랑보다도 농구화나 잡지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돼서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 정식 체육선생님이 아닌 외부 강사였기에 이해가 됐다.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현장의 온도차를 알기 위해 한 명 한 명 설문지도 받았다. 대부분의 내용은 “농구 전술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라는 것이었다.

 

 

 

 

 

농구 전술을 설명했을때는 학생들이 다 딴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설문지를 보니 아이러니했다. 몇몇 학생들은 “수업이 정말 재미가 없었다”라는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다음 수업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 수업을 할수 있을지 발전사항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마지막 수업, 학생들에게 받은 설문지

 

 

1. 슬램덩크 영화 시청, 경기 하이라이트 등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수업

필자 입장에서는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아예 생각을 못했었는데 학생들에게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몇개 없는 농구 만화로 슬램덩크만큼 농구 교육자료(전술, 규칙, 슛 드리블)로 좋은게 없기 때문이다.

 

2. 전문성 보다는 재미(interesting) 위주로

프로구단, 농구 기자 등 농구 분야에 꿈이 있는 취업준비생에게는 필기도 하고 열심히 듣겠지만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는 반응이 최악이었다. 전문성 보다는 무조건 재미(Fun)가 있어야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3. 농구 경기보다도 인성지도를, 시간약속 지키기를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빠르게 달려가 학생들을 말렸다. 왜 싸움이 일어나는가? 물론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는 없다. 하지만 인성부분에 있어서 좋아진다면 그런 확률은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학생들은 ‘감사합니다’말을 잘 할줄 모른다. 무조건 받으려고 하고 주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했는데도 ‘미안하다’라는 소리도 안한다. 자기 마음에 안 맞으면 적으로 생각한다. 남이 잘하는 것에 대해서도 칭찬하는 것이 인색하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은 아예 안 듣는다. 잘한 것은 자기 공으로 돌리고 잘못한 것은 전부 남의 탓으로 돌린다. 요즘 학생들이 너무 윤택한 대우를 받아서 그런 것인지 불만만 노출한다. 선생님이 와도 인사는커녕 본 체도 안한다. 수업시간 5분을 넘어서 오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다고 죄책감도 느끼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한번쯤은 학생들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수업 밖으로 생각해보면 현재 정부에서 의료비용으로 6.5조에서 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쓴다고 한다. 비만, 건강에 관해서 말이다. 학교체육 수업시간은 어떠한가. 유치원 1시간(거의 30분),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은 주당 3시간, 중학교 2개학년 주당 3시간 1개학년 주당 2시간, 고등학교 2개학년 주당 2시간, 1개 학년 주당 1시간이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체육시간이다. 하루빨리 정부는 체육시간 시수를 늘려야 할 것이다.

 

서울은평중학교에서 보낸 3개월의 시간은 최고의 시간이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한자성어가 생각났다. 가르치면서 필자 또한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그러면서 얻는 기쁨이 가득했다. 학생들은 필자의 모든 것이었고 항상 최선을 다해서 수업을 하려고 노력했다. 한참 부족한 선생님이었지만 말 잘듣고 재미없는 농담에 환하게 웃어준 학생들에게 지면의 글을 빌려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학생들이 말을 안들어 힘든 적도 사실 많았지만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들었다. 고작 3~5m 가량 멀어지는 것뿐이지만 많이 슬프다.

 

마지막 수업때 학생평가를 위해 상담을 하는 도중 한 학생에게 선생님한테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선생님, 이 수업 끝나시면 이제 뭐 하시나요?” 그때는 답을 정확히 못해 얼버무렸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꿈과 희망을 주는 체육선생님이 될거야”

 

학생들과 첫 만남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때는 눈 앞에 보이는 학생들이 흔들려 보였다. “지진이 났나?” 아. 내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