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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기사 모음/스포츠둥지기자단 7기

'제2 정유라' 막는다‘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심포지엄 개최

 

'제2 정유라' 막는다‘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심포지엄 개최

엄세훈기자

 

 


2013년, 승마특기생을 뽑지 않았던 이화여자대학교가 갑자기 승마 종목을 특기자로 학칙을 개정한다. 2014년, 정유라가 지원을 해 승마복을 입고 면접장에서 기한을 지난 금메달을 보여주고 수시모집에 체육특기자로 합격한다. 2016년, 정유라의 체육특기자 입학은 비리로 들어났다. 15일, 국회 청문회 장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정유라의 입시 비리에 관해 증인들을 대상으로 뜨거운 심문을 펼쳤다. 체육입시 비리의 원인은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잘못 됐는 지 심문을 통해 모색했다. 이렇듯 체육입시특기자의 비리는 국가간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15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체육특기자 선발 및 학사관리 정상화 방안 모색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서는 대학스포츠 현안에 대해 자율적 협의체인 총장협의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초·중·고교 체육특기자들의 체계적인 학사·진학 관리를 맡을 학교체육진흥 전담조직을 설립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주제발표자로는 하웅용 한국체대 교수, 박진경 가톨릭관동대 교수, 허정훈 중앙대 교수, 전용관 연세대 교수가 나와 각각 '대학스포츠 내실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 역할과 비전', '체육특기자 선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체육특기자 학사관리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한국형 통합 스포츠시스템의 가능성' 등을 발표했다. 토론 시간에는 체육특기자 출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 선수가 공부와 운동을 균형 있게 병행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밖에 체육특기자 자녀를 둔 학부모, 법조계, 언론계 전문가가 의견을 내놓았다.

 

개회사로 심포지엄 시작의 문을 연 장호성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회장은 “체육특기자 대입제도 개선을 위해 ‘금전 스카우트 근절 추진’ ‘지원서 1인 1매 발급 관행 폐지’에 힘써왔다. 2012년부터 매년 ‘전국 대학 체육특기자 대입전형요강’을 발간하고 있다. 더불어 매 년 대입전형 특기자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해외 전지훈련 기간에 수업에 빠지는 시간에 수업을 하는 분위기가 덜 잡혀있다. 태릉선수촌에 가서 강의도 하고 교수를 파견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완벽한 학사 관리는 안 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체육 특기자에 대한 학사관리와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학사관리의 제도 개선방안에 관해 소망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로 하웅용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체육특기자 현재 제도에 관해 “제25조 직전 2개 학기 학점 평균 C 미만인 경우 협회 주최/주관 승인 대회는 출전이 불가하다. 제27조 대학은 학기 중 토너먼트 대회 참가를 지양한다”고 현 대학스포츠 제도를 설명했다. 앞으로의 체육특기자 입시제도 개선을 말하면서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2017년에는 학생에 내신성적 반영을 추진하고 2018년에는 최저학력제를 도입해 수능을 보게 할 것이다”고 말한 뒤 “2019년에는 중등체육특기자 관리기구와의 공조체제를 만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대학스포츠 리그 할성화 방안을 논하면서 “미국 미식축구 ‘볼게임’의 타이틀 스폰서 비용은 무려 30억이다. 우리나라 대학스포츠리그는 스폰서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 문체부, 교육부 협의체의 적극적인 협력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대학스포츠는 국가의 자존심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지다”고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박진경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특기자 모집 대학에서 내신 반영 학교가 2013년 44개교, 2014년 52개교, 2015년 61개교로 늘어나고 있다”고 내신 반영의 도입을 설명했다. 체육특기자 선발을 위한 종목 확대 및 변경에 관해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에서는 체육부장, 체육위원장이 종목 확대를 하자고 하면 그대로 한다. 이번 2015년 이화여재대학교 정류라 입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입학 전형의 과정을 언급했다. 체육특기자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일반학생은 대학을 5번의 지원할 수 있는 데 엘리트 학생은 1번 밖에 지원하지 못 한다. 학교 중심적의 선발 구조가 문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부모들이 20만 원 씩 걷어서 자기 대학이 우승하면 감독에게 승리수당으로 모아서 준다고 한다. 학교운동부 학부모들의 의식 후진성도 문제가 있다. 김영란법으로 감독에게 학부모가 회비를 지원하는 것을 근절해야 한다”고 뒷돈과 금품수수의 비리를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여러 대입전형 모집요강을 꼬집으면서 “단체종목, 무슨 종목 몇 명 내외 등 두루뭉술한 모집전형이 문제다. 축구면 골기퍼 1명, 야구는 좌투수 1명, 빙상은 스피드 1명 등 구체적인 모집전형이 필요하다”고 상세한 모집전형을 제안했다.

 

허정훈 중앙대학교 교수는 “2016년 대학 스포츠 경기 일정을 자체 분석한 결과 31개 종목 163개 대회 중 학기 중에 대회수가 118경기였다. 시험기간이 겹치는 대회는 24개였다”고 학기 중 경기일정에 관해 물의를 지적했다.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예전 골프 박지은 선수는 미국의 엄격한 학사관리 때문에 방콕 아시안게임에 못 나갔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눈여겨 봐야 한다”고 미국 교육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어 “일본같은 경우 ‘아사렌’이란 아침운동을 한다고 한다. 정규 수업을 다 해야 돼서 오전운동을 자발적으로 한다. 주말리그, 방학리그로 엄격하게 학사관리를 하고 있다“고 일본 학교체육을 소개했다. “단체종목 말고 테니스 등 일반종목 같은 경우 학사 중에 경기를 하는 말썽이 있다.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꼬집은 뒤 “국가 예산 400조 시대에 체육 예산은 얼마 안 된다. 국가예산 1% 체육재정으로 대회를 지원하고 안정적 운영을 해야한다. 더불어 감독, 코치이 안정적 지위 보장이 필요하다“고 발표를 마쳤다.

 

전용관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는 “운동하지 않은 일반학생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비 지출로 사회적 현안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 살리는 스포츠, 경제 살리는 스포츠, 나라 살리는 스포츠 등 온 국민이 즐기고 참여하며 응원하는 스포츠가 됐으면 좋겠다”고 온 국민이 스포츠에 관한 관심을 희망했다.

 

주제발표를 마치고 최관용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의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유승민 IOC 선수위원, 석영민 축구 학부모, 박지훈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 김창금 한겨레신문 기자가 참여했다. 유승민 IOC 위원은 서두에 “나도 부끄럽지만 공부는 뒷전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정식으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공부를 하라는 말을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발표에서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포괄적인 공부가 아니라 우리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제도의 현실성을 이야기했다. IOC 위원 회의를 한 경험을 말하면서 “이번 IOC 회의를 갔는데 선수 위원들의 모습을 봤을 때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 토론을 보면 틀에 갇힌 발표 형식으로 한다. IOC 회의는 말을 바로 맞받아치는 전투적인 형태다. 덧붙여 선수위원들끼리 스포츠마케팅에 관한 깊은 대화가 오갔을 때 이해하지 못해 당황했다. IOC 위원을 하면서 공부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느낀 케이스다”고 공부하는 선수를 강조했다. 덧붙여 “미국, 일본 등은 선수생활의 수명이 엄청 길다. 일본 같은 경우 7회 연속 올림픽 출전자가 7명이다. 이번 50세의 탁구 선수가 은퇴하고 IOC 선수위원 후보로 등록했다”고 선진국의 사례를 설명했다. 유승민 IOC 위원은 “가장 큰 문제점은 경영을 하고 싶은데 체육 특기자이기 때문에 경영학과를 갈 수 없다. 체육학과를 가자니 공부는 관심이 없고 경영학과를 가자니 체육학과를 포기해야 한다”고 제도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무엇보다 선수들이 많이 느껴야 한다. 이런 심포지엄은 선수들이 목소리를 들었으면 한다”고 염원했다. 유 위원은 끝으로 “무슨 일이 나면 체육 예산이 삭감되는 데 그러지 않고 체육이 나라 발전의 매개체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석영민 축구 체육특기생 학부모는 울분을 토했다. “아들이나 남편에게 이렇게 제안하면 어떻냐고 물었을 때 아들이 감독에게 찍히는 거 아니냐고 걱정을 표했다. 이게 체육계의 현실이다”고 하소연을 했다. 석영민 학부모는 울먹거리며 “부모님들은 재력이 있어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고 한다. 또 내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상대편 선수는 없다. 겉으로는 단합하지만 내 자식이 최고다. 인성과 페어플레이 보다는 오로지 내 자식만 본다. 옆 동료는 안중에도 없다”고 엘리트 체육특기생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석 학부모는 “내 아들이 축구를 좋아하고 대회에서 우승하면 공부가 필요없다고 가르침을 받았다. 일선 선생님들도 운동부 학생한테 그냥 자라고 한다. 학부모는 감독님만 바라봐야 한다”면서 “학교에서 돈을 내는 학생도 있고 돈 안 내는 학생도 있다. 운영회비로 하다 보니까 돈이 없으면 축구를 못 하게 된다. 축구를 정말 잘했지만 돈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돼 그만둔 선수가 있다”고 현실을 언급했다.

 

박지훈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은 “체육특기자의 전공 진로에 관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굉장히 경직되고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왜 운동잘하는 판사와 검사, 의사는 나오면 안 되는 것인가. 나도 외고를 나왔는데 어문계열밖에 대학 진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경직된 특기자 제도의 발상을 지적했다. 박 사무국장은 “C 이상의 제도가 있지만 눈감고 있는 대학교가 많다. 선수들과 감독들이 당장 성적을 내야 한다”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표했다. 이어 “체육중학교, 체육고등학교가 왜 필요한 지 모르겠다. 어린학생들에게 그것만 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체육에 관련된 거 아니면 수업을 안 하는 걸로 안다. 교양을 쌓지 않는 데 있어 제고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창금 한겨레 스포츠부 기자는 “오랫동안 스포츠기자 일을 많이 해왔지만 바뀐 건 많지 않다. 언론이 책임이 있다”고 통감했다. 이어 “스포츠 정책은 정부가 세운다. 집행도 정부가 세운다. 예산도 정부가 정한다. 교육부와 문체부 관계자들이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 제대로 일을 해왔는 가 비판적인 시각이다”고 정부의 책임을 호소했다.

김 기자는 “미국의 사례 등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우리만의 조직 기구가 필요하다. 초, 중, 고 학원스포츠를 통괄해서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다룰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산하에 문체부와 교육부가 담당하는 부서를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일본 시스템이 부럽다. 학교에서 학교스포츠클럽 활동률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있다. 통계가 정확했으면 한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출처: http://www.sportnest.kr/2688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