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자단 기사 모음/스포츠둥지기자단 7기

‘농구 심판’을 말하다




군 전역을 하고 동네 앞 공원에서 농구를 자주 했다. 한 번은 중년의 40대 동네 아저씨와 ‘파울이다. 아니다’로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거의 싸움이 일어날 분위기였다. 그런데 농구한 사람 모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잘못이라고 했다. 분명히 볼만 쳤는데 내 잘못이라는게 억울했고 그 후로 한달동안은 공원 근처를 가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심판에게 눈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쉬는 시간에 다짜고짜 용기를 내어 한 여성 심판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농구심판을 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할수 있나요?” 고 묻자 여성심판은 “매년 9월쯤에 대한농구협회에서 일반인들 대상으로 ‘심판교실’이란 명칭으로 교육이 있어요. 공지사항에 올라오니 확인해 보세요” 이라며 싱그러운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 여성심판은 친절히 알려줬다. 심판에 대한 첫 인상이 좋았다.


홍익대학교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에서 ‘대한농구협회 18기 신임심판교실’ 개강식이 열렸다. 매주 토요일(오후 1시~6시) 일요일(오전 10시~오후 6시) 12주동안 교육이 실시됐다. 3주차 까지 시청각실에서 이론수업이 있었다. 위성민 교육관이 소개의 말을 전했다.

“심판은 ‘시간’을 잘 지켜야 됩니다. 경기시간보다 적어도 1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해야 합니다. 식사는 4시간 전에는 마치는 것이 좋으며, 경기 당일 술을 마셔서는 절대 안 됩니다. 또한 언행이 단정해야 되고요. 머리도 짧아야 되고 체육관에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착용해 도착해야 합니다.”

계속 말을 이어갔다. “심판은 품위있게 행동해야 되고 선수들에게는 존댓말을 써야 됩니다. 중국에서 ‘심판’은 재판을 한다 해서 재판관이라 표현합니다. 심판을 상당히 존중하며, 그래서 ‘46명’의 국제심판이 있나 봅니다. 관중 입에서 ‘심판’이란 단어가 나온 순간 그 경기는 망친 경기입니다. 심판의 임무는 주인공인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존재감 없는 심판이 이상적입니다.”


규칙 제4조 유니폼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농구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유니폼을 바지 안에 넣고 경기를 해야한다. “유니폼을 바지 안에 넣지 않으면 수비하는 선수 손가락이 유니폼에 걸려 골절 위험이 있습니다.” 위성민 교육관이 이어 당부했다. “경기시간은 1쿼터부터 4쿼터까지 각 쿼터별 10분입니다. 심판은 1쿼터 5분의 콜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제재해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선수들끼리 싸움이 납니다. 중,고 농구경기는 2심제이기 때문에 서로 호흡도 중요하고요. 타고난 심판은 없습니다. 남이 하는 경기를 많이 봐야 좋은 심판이 될 수 있습니다.”


규칙 제26조 3초 룰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3초 룰이란 상대 팀의 페인트존 안에 계속해서 3초를 초과하여 머무를 수 없는 규칙이다. “최근 국제농구 추세가 페인트 존에 5초동안 있어도 심판들이 휘슬을 불지를 않아요. 서양인들에게 유리한 규칙입니다. 동양인들에 비해 서양인들의 키가 훨씬 크기 때문이지요. 스포츠 외교적 부분에 있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1조인 경기 정의부터 제50조 24초 계시원의 임무까지 이론교육이 끝나고 체육관에서 실기수업이 이어졌다. 이론교육은 앉아서 계속 듣다보니 살짝 지루했는데 정식 심판복을 입고 실기로 넘어가니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다. 이태희 심판은 엄숙하게 말했다. “심판은 경기시간 1시간 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앞으로 교육받으실 때 10분 전에는 모여주시고요. 신발은 검정색 계열의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바지도 검정색 계열의 바지를 입어야 되고요. 선수들에게 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이런 색깔로 정해졌습니다.”


심판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심판은 굳건하고 동요하면 안되며 단호해야 합니다. 제44조 ‘실수의 정정’을 보면 프리드로나 득점인정 상황을 제외화고는 휘슬을 불면 정정할수 없습니다. 선수나 감독의 어떠한 항의에도 말이죠. 파울을 불었는데 선수들이 항의해서 파울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 정확한 위치가 정확한 판정을 낳습니다. 위치잡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처음엔 휘슬을 부는 방법을 배웠다. 한명씩 순서대로 휘슬을 부는데 다들 깨끗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태희 심판이 시범으로 휘슬을 불자 모두 감탄사를 연발했다. “명칭은 ‘호루라기’가 아닌 휘슬입니다. 혀로 휘슬을 막은 다음 배에 힘을 꽉 주면서 세게 불어보세요.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혀로 막으면서 휘슬 구멍을 막는 겁니다. 휘슬 소리가 작으면 감독, 선수들이 심판을 무시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그 경기의 심판은 속된말로 ‘죽은 심판’이 됩니다.


이어 40여 가지의 심판의 신호(시그널)와 위치선정을 배웠다. 본부석(테이블 오피셜)에 리포팅을 할 때는 구두로 함께 해야한다. 관중을 포함하여 선수들과 감독, 본부석 인원들이 확실히 인지해야 하므로 시그널의 신호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오펜스 파울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위성민 교육관은 강하게 말했다. “오펜스 파울, U파울, 바스켓 카운트 같은 신호는 경기 중 잘 나오지 않습니다. 보통 파울이 자주 나오지요. 그렇기 때문에 동작을 크게 크게 해야됩니다. 그래야지 관중들이 더 좋아하고 농구가 재밌어지지 않겠어요?”




출처: FIBA(국제농구연맹) 누리집



위치선정을 배우는 중 이태희 심판의 호통이 이어졌다 “빨리 빨리 움직이세요! 선수보다 먼저 위치해야 됩니다. 웃지 마세요! 심판이 웃으면 선수, 감독, 관중들에게 비웃음 거리가 되고 말아요. 진지하게 합시다!”

그 후 대방초등학교와 연가초등학교, 삼선중학교와 홍익대학교사범대학 부속중학교의 농구부 연습경기에 심판을 보게 됐다. 전에는 교육생들끼리 5대 5를 하면서 우리끼리 심판을 봐서 그런지 속도가 느려서 판정하기 쉬웠는데, 직접 선수들 경기 심판을 보니 정말 2배속처럼 빨랐다. 그만큼 심판 보기가 어려웠다. 처음 심판으로 들어간 순간, 바로 파울이 나왔다. “삐~~~~익!” 아차, 바로 불어야 되는데 늦게 불었다. 이날 교육이 끝나고 집에서 잠이 안왔다. 나에 대한 실망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마지막 주에는 대망의 필기시험, 실기시험이 이어졌다. 필기시험은 70점 이상, 실기시험은 80점 이상이 돼야 합격을 할 수 있다. 무난히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관건은 실기시험이었다. 홍대부중과 명지중학교의 연습경기에 심판으로 들어갔다. 나는 과감하게 U파울을 불고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며 뛰었다. 결국 시험에 합격했고 대한농구협회 심판부에 들어갈 수 있는 특수강습에 운이 좋게 뽑혔다. 3달동안 농구부 학교에서 가서 50~60 연습경기 심판을 보는 좋은 경험을 했고 2015년 2월 중앙강습회 시험때 합격해 1급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이후 종로YMCA 전국직장인농구대회, 서울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리그 농구대회에서 심판을 보고 있다.


끝으로 위성민 교육관은 교육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농구는 하나의 종합예술입니다. 심판이 농구를 즐겁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러분, 심판에 대해 긍지를 가지십시오.”

운이 좋게 고양체육관에서 열리고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생중계하는 ‘한스타 연예인 농구대회’에서 심판을 볼 기회가 주어졌다. 떨렸고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됐다. 경기는 무사히 끝났다. 작년 프로농구에서 심판을 본 선배와 같이 봤는데 무척 영광이었며 많이 배웠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들을 했다. 텔레비전에 나온 모습이 무척 신기하기도 했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한스타 연예인 농구대회’에서 심판을 보는 사진(우측 골대 방향)

출처: 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었다.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는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가 한창이었다. 농구관람 또한 좋아하는 나는 경기를 보러 갔다. 경기는 미리보는 결승전이라 불릴만큼 숙명의 라이벌 고려대와 연세대의 준결승전이었다. 경기시작 5분 전, 선수들이 벤치에 들어갔다. 심판들이 나오는데 3명중 1명이 어디서 많이 본 친숙한 심판이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나를 가르쳐준 이태희 심판이었다. 순간 전율이 돋았다. 경기는 치열한 공방전 속에 논란 없이 연세대가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용도 재밌었지만 경기 심판을 본 이태희 심판한테 배웠다는 것이 대단히 자랑스러웠다.

최근 프로농구가 심판들의 자질 논란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2016년 2월 26일 KCC와 오리온의 경기에서 경기시간 24초가 흘러가지 않아 대중들의 몰매를 맞았다. 어떤 누리꾼은 심판들이 돈 받고 승부조작을 하는건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단언한다. 심판은 정말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미국 NBA에는 심판들에 대한 존중이 굉장히 높다. NBA나 국제대회를 보면 선수들과 감독들이 심판에게 항의를 잘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농구도 색안경을 끼지 않고 여유있게 농구를 바라볼 수는 없을까? 농구공처럼, 둥글게 둥글게...


FIBA(국제농구연맹) 2심제 심판 교육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올라있다.

‘No official is perfect’. There will never be a game after which the official can look back and say, ‘I was faultless’ Human activity necessitates human judgements.(어느 심판도 완벽할 수는 없다. 경기 후 되돌아보면서 실수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의 행동을 판정한다.)


bonus 대한민국 국제심판은 몇 명?

 중국은 국제심판이 무려 46명이나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몇 명이나 될까? FIBA(국제농구연맹) 누리집에 가면 알 수 있다. 총 15명이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떨까? 2016년 4월 21일 기준으로 보면 대만 20명, 중국 46명, 일본 21명, 필리핀 11명, 이란 24명 이다. 농구 강국은 어떨까? 2014 FIBA(국제농구연맹) 월드컵 우승팀인 미국은 30명, 스페인은 16명이다.




출처: FIBA(국제농구연맹) 누리집




출처: http://www.sportnest.kr/2524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