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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기사 모음/스포츠둥지기자단 7기

꿈만 같았던 3일간의 KBL(한국프로농구연맹) 심판 도전기 – 2일차

 


  



교육 이튿 날이 밝았다. 첫째 날은 교육생들끼리 서로 서먹서먹 했는데 이제 구면이 되니 가까워 졌다.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아, 어제 너무 피곤했어요~ 되게 일찍 잤습니다.” “맞아요. 다들 멀리서들 오시는데 피곤하실 것 같애요.” 오늘도 마찬가지로 일정이 오전에는 3심 메카닉 이론교육과 오후 실기로 나눠졌다.

장준혁 심판부장은 교육을 들어가기 앞서 인생에 관한 덕담과 ‘프로 심판’이라는 직업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지금 한 교육생이 거의 시간에 맞춰서 들어왔는데 일반 회사원 기준으로도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 시간 10분 전에는 도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건 회사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또, 중요한 행사같은 경우에도 반바지보다 격식 있는 복장을 입어야 됩니다. 복장은 사람의 얼굴과도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프로심판이 되시면, 경기가 있는 지역은 3시간 전 경기장은 2시간 전에 무조건 도착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음에는 배정이 ‘끝’입니다. 전날 금주 해야 합니다. 술 때문에 시간을 안 지켜 문제를 일으킨 심판이 몇 명 있었는데 다 나갔습니다.”

이어 장준혁 심판부장은 책상을 뒤로 다 밀어놓고 바닥에 청테이프를 붙여 페인트존, 베이스라인을 만든 후 미니 반코트를 만들었다. 어제 심판들끼리 로테이션이 잘 안됐는데 연습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었다. 장준혁 심판부장의 지도에 따라 파울을 불고 심판이 어디로 이동해야 되는지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로테이션은 “밀어내기”라는 것. 돌이켜 보니 이 훈련이 시험볼 때 대단히 도움이 되었다.

파울 판정에 대해서 힘주어 주장했다. 그리고 교육생들에게 질문했다. “수비자와 공격자의 과실이 50:50이면 파울을 불 것인가요? 안 불것인가요?” 교육생들의 다양한 답변이 오갔다. “불겠습니다. 공격자로서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안 불겠습니다. 휘슬이 많아지면 경기가 난잡해지기 때문입니다.” 답은 ‘불지 않아야 한다.’였다.


“유리한 점 불리한 점을 따져야 합니다. 50대 50일때는 안 불면 됩니다. 덧붙여 심판이 파울을 구분하기가 힘든 경우 휘슬을 불지 않아야 합니다.”

교육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심판’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가슴을 울리는 말을 했다. 그의 말에는 향긋한 매화꽃 향기가 났다.


“모든 관중들은 완벽한 심판을 원합니다. 로봇같은 심판을 원하지요. 교육생들에게 묻습니다. ‘완벽한 심판’이란게 있습니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때는 깨끗이 인정하고 “죄송합니다, 가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못 봤습니다.” 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오심은 ‘비겁한 변명’입니다.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심판은 몰라도 프로심판은 사생활이 중요합니다. 의혹이 생기지 않게 우리 심판들은 농구 관련된 기자나 선수, 감독 등과 전화통화를 하면 바로 “누구누구와 통화했습니다.”라고 다 저한테 보고가 옵니다. 심판은 일관성이 있어야 되고 양심과 도덕성이 필요합니다. 딕 바데타 nba 심판은 무엇보다 공정성이 있어야 되고 동료 심판을 아끼자고 말합니다. 저 또한 구단, 선수, 관중들에게 신뢰를 얻으려고 무수히 노력합니다. 앞으로 훌륭한 심판이 되려면 자기만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심판은 하루라도 발전을 안하면 도태 됩니다. 매일 끊임없이 반복 연습하고 체력을 기르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론교육 끝으로 질문과 답변 시간이 주어졌다. 필기시험에 관련해서 그는 “주관식 서술형으로 10문제가 나옵니다.”라며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알려준 것들에서 다 나옵니다.”라고 시험에 대해 힌트를 줬다. 면접에 대해서는 간단한 것만 물어본다고 말했다.







오후 체육관에서 실기 수업이 계속 이어졌다. 이날은 현역 프로심판들의 1:1 지도가 있었다. 장준혁 심판 부장이 오기 전 우리 교육생들은 서로 로테이션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기존 심판들이 불렀다. 그 후 국제심판 A, B가 움직임 하나하나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었다. 사이드 라인 가까이 있는 심판은 몸이 골대 쪽을 향하면서 뒤로 스텝을 밟으면서 로테이션을 해야 된다는 것을 배웠다. 또, 볼이 있는 쪽으로 2명의 심판이 있어야 했다. 본부석에 리포팅을 할때는 절도있게, 힘있게 해야 된다는 것. 프런트 코트로 넘어갈 때는 항상 코트를 보면서 넘어가기. 국제심판 B가 나에게 “목소리를 크게 하면 좋을 것 같애요!”라는 조언을 해주자 자신감이 생겼다. 그의 말 한마디가 감동이었다. 선배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했다. 그런 짧은 시간은 정말 영광이었고 나에게는 생명수 같은 존재였다. 어제와 같이 돌아가며 심판을 봤다. 경기에 들어가서 국제심판 B가 해준 말을 떠올리며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리포팅을 했다. 장준혁 심판부장은 심판이 볼만 보고 따라다니면 안된다고 했다. 자기구역을 지키는게 우선이라는 것. Primary coverage(기본 관장구역)을 힘주어 말했다.


실기연습을 하면서 한 교육생의 놀라운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그 교육생은 3심 기법을 배우지 않아 경기에 심판으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프로농구연맹 경기 20개 정도를 보고 거기서 오로지 심판만 주시했다. 심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독학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노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단 2경기만 보고 공부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많은 자극을 준 교육생이였다.

‘꿀꺽꿀꺽...’ 경기본부에서 게토레이 한 박스를 준비해줘 실기 중간중간에 목마르지 않고 계속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이날도 선배 심판들의 “굿 콜!” 이라는 따뜻한 파이팅 속에 교육이 끝났다. 장준혁 심판부장은 교육생들에게 호통과 훈계보다는 애정 어린 마음으로 다독이며 알려줬다. ‘질책’보다는 곰살궃게 알려줬다. 어제보다는 확실히 한 단계 발전했다고 느꼈다.


내일은 오전 체력테스트와 실기테스트, 오후 면접과 필기테스트가 있는 날이다. 장준혁 심판부장은 면접은 격식을 갖춰야 된다는 말과 체력테스트는 셔틀런 86회를 뛰어야 된다고 전했다. 셔틀런이란 소리에 맞춰 20m 간격의 거리를 남자 기준 86회, 여자 기준 66회 뛰어야 되는 체력훈련이다. 처음에는 느리다가 점점 소리가 빨라진다. 예전 2002년 히딩크 감독의 체력테스트로도 유명한 훈련방법이다. 국제농구연맹 심판의 체력테스트 셔틀런 개수도 86회다. 이 체력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면 자격 미달로 심판을 볼 수가 없다.


교육이 끝나고 우연히 장준혁 심판부장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는 시즌이 되면 가슴 한구석에 사표를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한 번의 큰 실수에 바로 목이 날아가는 표현을 돌려 말한 것이다. 아아! ‘심판’이란 직업도 존중받을 수는 없는가! 가슴이 촉촉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이 짠했다.

체육관을 마지막으로 나가던 중 한 심판이 체육관을 원을 그리며 뛰기 시작했다. “정리운동으로 혼자 뛰는 건가?” 아무 생각 없이 위층으로 올라와 씻었다. 몸이 아주 개운했다. 갖고 온 것들을 정리하다 보니 아래층에 놓고 온 것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내려가서 다시 찾아봤는데 아까 체육관에 있는 심판이 계속 뛰고 있었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그 심판은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리우올림픽에 심판으로 배정받은 심판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땀이 흥건하게 서려 있었다. 참으로 존경심이 솟구쳤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해 리우올림픽에 나가는 심판으로서 어깨가 무겁겠다는 생각도 했다.

‘꼬르륵...꼬르륵...’ 온 신경을 실기에 쏟아부었는지 배가 아주 고팠다. 밖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 집으로 돌아와 심판 3심제에 대해 계속 공부했다. 2015년에 바뀐 3심제 자료를 구해 집으로 온 후 그 자료를 내리 봤다. 머리 속에는 ‘심판’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어느새 시계를 바라보니 새벽 12시 반이 되었다. 내일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몹시 아쉬웠다. 아쉬움을 느끼기도 전에 몸에 긴장이 풀렸는지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출처: http://www.sportnest.kr/2523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