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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기사 모음/스포츠둥지기자단 7기

뻔한 수업보다 ‘Fun' 수업을 하고 싶다

 

 

 


 

  

필자는 2014년부터 수업을 시작한 ‘3년’차 체육지도자이다. 생활스포츠지도사(구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운이 좋게 처음으로 서울에 있는 한 학교에서 농구를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 수업할 때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 굉장히 속상했다. 한 학생은 갑자기 눕고, 앞에 있는 학생 두 명이 가위바위보를 하기도 했다. 수업이 2시간이었는데 끝나고 나면 목이 대단히 아팠고 스트레스가 심했다. 매주 토요일수업을 앞두고 금요일마다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 막막했다. 한 번은 안 되겠다 싶어 긴 막대기로 매를 들었지만(그러면 안 되지만) 소용없었다. 매를 들었을 때만 잠깐 집중할 뿐, 그렇지 않을 때는 똑같이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수업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작년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피구수업을 하던 중 한 여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수업이 왜렇게 재미없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가슴이 턱턱 막힌다. “미안하다. 선생님이 다음 수업 때는 진짜 재밌게 수업준비를 해올게” 그 날 정말 잠을 한숨도 못 잤다. 그 학생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그 이후 학생들을 재밌게, 잘 가르치고 싶어 각종 교육 연수회는 다 들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 카페에 들어가서 검색창에 ‘체육수업’을 친 다음 재밌는 프로그램이나 비결이 있으면 다 배껴 적었다. 그래서 운 좋게 알게 된 연구회가 ‘좋은체육수업나눔연구회’ ‘경기도뉴스포츠교육연구회’ ‘하나로수업연구회’ ‘양수샘이 들려주는 체육수업 비법’이다. 이 카페 주인장과 회원들은 대부분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체육선생님들이다. 카페를 보니 ‘체육수업’에 배고픔을 느껴 매년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연수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현직 체육교사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잘 지도하고 싶은 마음에 연수회도 참가했다.

 

이제는 수업 전날부터 학생들이 기다려진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나의 말을 잘 들어주고 수업에 따라와 주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첫 수업 때는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 가르치는 ‘스킬’이 한참 부족했다. 몇 가지 원리원칙을 지키니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러한 나만의 수업 노하우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도 수업 중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들어 힘들어하고 고민하고 있는 새내기 선생님들을 위해서이다.

 

[ 수업 밖 ]

 

1) 인사와 언어예절

올해 첫 수업을 할 때다. 체육창고 키를 가지고 운동장으로 나갔는데 학생들이 나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들만 가지고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요즘 아이들, 인사를 너무 안 한다. 심지어 친구들끼리도 서로 인사를 안 한다. 인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고리이고 사람 사이를 윤기 있고 부드럽게 해 주는 윤활유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밝은 인사 한 마디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은사님의 말씀이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인사만 잘해도 먹고살 수 있다고.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인사는 꼭 시킨다. 다 같이 모였을 때 출석 부르고 인사, 그리고 수업 끝난 후 인사를 한다.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 “말 한마디로 사람이 죽고 산다”라는 우리말의 속담이 있듯이, 친절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저번 주 티볼 수업 중 2인 1조로 캐치볼을 하는 데 공이 옆에 있는 친구의 얼굴에 맞았다. 당연히 달려가서 “미안해, 괜찮니?”라고 물어보기를 원했지만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다. 가만히 머뭇머뭇 거리다 선생님 눈치를 본다. 그 후 마지못해 다가간다. 학생들은 부끄러운지 “미안해” “고마워” “괜찮니?”라는 말이 무척 인색하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말을 잘하지 못해 친구 사이가 멀어지고 싸움이 일어나며 학교폭력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 온다”라는 속담이 있다. 말하는 상대방의 태도가 마음에 들고 뜻이 고마우면 후하게 해 준다는 뜻이다. 평소의 말 한마디가 인격이며, 따뜻한 말 한마디로 친구를 만들 수 있다.

 

2) 복장

상황에 따라 알맞은 복장이 있다. 그런데 운동하러 오는데 청바지, 면바지를 입고 오는 학생들이 몇몇 있다. 청바지는 달릴 때 바지가 찢어지고 부상 위험이 있다. 운동할 때 굉장히 위험한 복장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런 복장을 하고 오면 집으로 돌려보내 운동복으로 다시 갈아입게 한다. 복장은 마음의 척도이다. “나 운동할 준비 돼 있습니다”라는 선생님과 학생의 비언어적인 소통이다. 야외수업을 하는 티볼 같은 경우 선글라스는 선택이라도 모자는 꼭 챙겨오라고 한다. 여름에 햇빛의 UV, 즉 자외선은 눈 속에 암을 유발해 시력저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옷차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3) 시간약속

긴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6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 안에 건너지 못하면 차가 지나가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면 몇 분 안에 도착한다고 안내표지판에 나온다. 그 시간에 타지 못하면 어김없이 다음 버스에 타야 된다. 지하철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듯이 시간약속은 1분 1초가 중요하다. 필자는 수업시간이 아침 9시면 체육기구를 꺼내고 넉넉하게 잡아 8시 40분까지 학교에 무조건 도착한다. 그리고 9시가 땡 되면 바로 수업을 시작한다. 학생들한테 첫 수업을 할 때 규칙을 정했다. 9시 이후 1분이라도 늦은 학생은 지각으로 멀리 있는 구령대를 달려서 찍고 오기로 하고 5분씩 늦을 때마다 1바퀴씩 추가했다. 그랬더니 지각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선생님이 일찍 오니 일찍 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선생님이 일찍 나와야 한다. 학생들이 지도자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사회에 나가면 1분 1초가 늦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훗날 시간을 지키지 않아 쓴맛을 맛보기 전에.

 

 

 

[ 수업 안 ]

 

1) 코칭(Coaching)

수업을 하는데 고깔을 바닥에 놓으면서 “오늘 수업 뭐하지?”라는 지도자들이 있다. 필자도 그런 적이 있다. 그러면 그 수업은 타성에 젖은 죽은 수업이 된다. 수업 전에 계획표를 철저히 짠 후 수업을 진행 해야 한다. 지도자는 모름지기 가르치는 종목의 전문가여야 한다. 보통 방과후 수업을 하면 경기만 계속 시키는 지도자들이 몇몇 있는데 정말 못 가르치는 선생님 중 한 명이다. 농구를 보자. 슛, 패스, 드리블 등으로 나눈 다음 거기에 맞게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농구의 슛을 가르친다 하면 단순히 “팔을 뻗어!”라고 지도하면 안 된다. 볼은 손으로 어떻게 잡아야 하며, 손바닥은 붙지 않아야 하며, 오른손 팔목은 90도를 만드는 게 이상적이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드리블을 가르친다고 하자. 한 학생이 드리블을 못 한다. 왜 드리블이 안되는지 정확히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게 바로 코칭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가르치는 종목에 대해 항상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 책임이 있다. 더구나 선수경험이 없으면 배로 더 노력해야 한다. 필자는 농구를 진짜 전문적이고 재밌게 가르치고 싶어 전 프로선수에게 현장에서 배워보기도 하고 영상으로 ‘스킬트레인’ 영상을 찾아 접목시키도 했다.

 

 

2) 시범능력

지도자라면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말로만 설명하고 “이렇게 해봐”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절대 따라오지 않는다. 직접 본인이 나와서 자세를 잡고 동작을 선보여 시범을 보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공감하고 따라온다. ‘솔선수범’이라는 한자성어도 있지 않은가. 티볼을 예로 들면 땅볼 포구를 설명하려 한다면 먼저 지도자가 나와 포구 시범을 보인 후 아이들한테 해보라고 말해야 한다. 지도자는 가르치는 종목에 대해 실기능력이 있어야 한다. 선생님이 할 줄도 모르면서 말로만 설명하고 하라고 하면 학생들은 따라 하지 않는다.

 

 

3) 프로그램

우스갯소리로 “못생긴 선생님은 용서해도 재미없는 선생님은 용서 못 한다”라는 말이 지도자들 사이에 떠돈다. 요즘 초등학생 아이들, ‘1분’을 집중을 못한다. 뭐를 설명하려고 하면 딴짓하고 옆에 있는 친구들이랑 떠들기 부지기수다. 아이들은 금방 질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종목을 가르치려면 재밌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해야 한다. 농구 드리블을 가르친다고 하자. 단순히 “오른손 드리블 100개, 왼손 드리블 100개 시작!”이라고 외치면 그 수업은 죽은 수업이 된다. 지도자만 즐겁고 학생들은 힘들기만 할 것이다. 드리블을 가르칠 때도 재밌는 프로그램을 짜야한다. ‘드리블 술래잡기’라 든지 ‘드리블 뺐기’ ‘드리블 길막기’ 등등 드리블을 이용한 재밌는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한다. 혹자는 그렇게 가르치면 실력은 안 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력은 나중이다. 우선 수업은 재밌어야 한다. 그래야지 아이들이 따라오고 실력도 는다고 생각한다.

 

수업 전후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은 필수다. 한 학생을 주장으로 임명한 뒤 그 학생에게 준비운동을 알려주고 시키면 된다. 준비운동을 안 하고 수업을 했는데 학생이 다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지도자에게 돌아간다. 또한 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면 바로 위로 가버려 탈이 나기 쉽다. 아이들에게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지 말라고 지도해야 한다. 한 학생이 말을 너무 안 들을 경우에는 모두를 집합시킨 뒤 선착순 2명 달리기를 시킨다. 안 그러면 학생들도 힘들어지고 지도자도 힘들어진다.

 

아이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 대신 농구공을 쥐었으면 좋겠다. 다른 어떤 교과목이 이렇게 할 수 있겠나? 협력,노력,희생,충성심,협동심,자신감,적극성,정의,연민,존중,공손,정직성,책임감,규칙,질서,공정성,자기역할 등은 ‘체육’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운동은 즐거워야 한다. 되도록 꾸지람보단 칭찬을 많이하려 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에도 눈물짓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말하는 한마디 한 마디도 조심스럽다. 가끔 꾀병을 부리며 운동을 안 할려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냥 내버려둔다. 꾀병도 아픈 거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픈 병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무더위에 먹는 아이스크림 같은 존재다. 아이들의 웃음에 모든 것이 사르르 녹는다. 지도자는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오랫동안 가르치다 보니 어느 순간 타성에 젖어 가르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순간 연수회에서 한 선생님이 한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이 있기에 선생님이 있다” “난 교육을 위해 살아가는 지도자인가, 교육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지도자인가?”

 

학교 교문에 들어서기 전 속으로 외우는 주문이 있다. “오늘만큼은 내가 아이들의 1일 유재석이 되자!” 뻔한 수업보다는 ‘Fun’한 수업을 하기를 다짐한다. 학원을 무려 ‘5개’나 다닌다는 한 아이의 말에 마음이 울적했다. 진정 초등학생에게 맞는 삶인가 싶었다. 공부로 지친 아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싶고 수업을 할 때만큼은 웃게 해주고 싶다. 아이들은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항상 웃어준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출처: http://www.sportnest.kr/2477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