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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ots life2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근데 지영아, 선생님은 벌써 눈치채고 있었는데 지영이는 모르는 것 같네? 짝꿍이 지영이를 좋아해"
-얼마나 소름 돋는 일인가. 초, 중, 고등학교 때도 그랬다. 항상 좋아하는 남자애는 여자 친구에게 관심의 표현을 못되게 했다.

체육교육을 전공하는 동갑내기 친구였고, 산행 때마다 뒤처지는 김지영 씨를 도와주라고 선배들이 두 사람을 파트너로 묶어 주는 바람에 같이 다니다가 어찌어찌 가까워졌다. "너도 영화 볼 때 나한테만 대사 한마디 한마디, 장면 하나 하나 다 설명하지 않잖아. 경기 중에 계속 여자한테 설명하는 남자들, 뭐랄까, 거들먹거리는 거 같달까. 경기 보러 온 건지 아는 척하러 온 건지 모르겠어. 하여튼 좀 별로야.
-내가 직접 겪은 장면이다. 조남주 작가는 어쩜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여자친구한테 장면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체대생 형이 떠오른다. 과연 나는 여자 사람에게 그러진 않는가 반성해본다. 

"취업 설명회 때 오는 선배들 봐. 우리 학교에서도 괜찮은 회사 많이 가"
"그 선배들 거의 남자잖아. 너 여자 선배 몇 명이나 본 것 같아?"
- 나는 대외활동을 하려고 수많은 면접을 봤다. 과연 여자 임원이 얼마나 됐을까. 공단은 다 남자 임원이였다. 가끔은 너무 무섭기도 하다. 여자로서 살아가기 얼마나 힘들까. 

"너 회사 잘 다니게 해 달라고. 덜 힘들고, 덜 속상하고, 덜 지치면서, 사회생활 잘하고, 무사히 월급 바다서 나 맛있는 거 많이 사 달라고"
- 이 얼마나 멋있는 남자인가. 나도 이런 남자가 될 테다.

내가 모 체육회에서 일했을 때다. 막내 여자는 무조건 커피를 타야만 했다. 내가 타면 혼났다. 그 여자 동기는 매일 아침마다 커피를 탔다. 남자 손님이 오면 무조건 막내 여자 동기가 커피를 탔다. 나는 그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 No 라고 말하지 못한 내가 지금도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다. 너무 미안하다. 그런 친구한테 훗날 쓴소리를 했다. 하... 후회막심하다.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 책을 통해 산후우울증, 육아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생리라는 단어도. 최근에 느낀 건 사람은 경험도 중요하지만, 경험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은 간접경험을 확실히 시켜준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임금을 100만 원으로 봤을 때 OECD 평균 여성 임금은 84만 4000원이고 한국의 여성 임금은 63만 3000원이다. 또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가 발표한 유리 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조사국 중 최하위 순위를 기록해, 여성이 일하기 가장 힘든 나라로 꼽혔다. 

Tvn 토론대첩 평가단을 갖다 오고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에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진정한 페미니즘은 여대에만 일어나야 하는가. 남녀공학에서 일어나야 하는가. 여성학의 한계가 왔는가. 여성대학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남성들은 과연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얼마나 읽었을까. 동정심이 아니라 정말 여자 사람한테 잘해야겠다. 나는 여자들이 겪는 고통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