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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ots life2

사과의 중요성

2017년 12월 말, 대한체육회 주관으로 태릉선수촌에서 대한체육회 올림픽아카데미에 참가했다. 대한체육회 올림픽아카데미란 올림픽에 관심 많은 체육전공생, 일반인 대상으로 100명을 선착순으로 뽑아 3일 동안 올림피즘, 올림픽 레거시, 올림픽에 관해 강의를 듣는다. 서로 조끼리 토론해서 PPT를 만든 다음 99명이 보는 앞에서 발표하는 워크숍 개념이다. 이 과정은 숙명여대에서 학점을 주는 수업으로 수강하는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학생들은 50명이 넘는다. 숙대 50명, 체육전공생+체육협회, 체육 단체 직장인 50명이었다. 억지로 온 듯한 모습으로 강의를 제대로 안 듣고 조는 숙대 학생들도 좀 보였다.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학생 6명과 대한체육회 인턴 형, 에어로빅협회 사무처장님과 같은 조가 되어 우리조 주제인 '미디어 스포츠'에 관해 토론하고 PPT를 만들었다. 내가 조장이었는데 '미디어 스포츠'에 관련된 수업을 하는데 대부분이 자고 있길래 단호하게 쓴소리 좀 했다. 다만 화를 낼 때도 열을 낼 때도 좀 품위를 갖춰 했어야 했는데 나는 감정적으로 말해 그러지 못했다. 사실 토론도 잘 안되는 분위기였고 서로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계속 유지됐다. 

몇 시간 뒤 대한체육회 인턴 형이 따로 이야기 좀 하자면서 친구들에게 유하게 말하면 안 되냐고 권했다. 나는 그 인턴 형이랑 토론하기 전에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 많은 부분이 겹쳐서 호감있는 형이었다. 나보다는 훨씬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고 저녁 식사 후 진심 어린 목소리를 담아 긴 스피치로 조원에게 사과했다. 다행히 친구들은 못난 오빠를 용서해줬다. 그러자 학생들이 전과 확연히 다르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고 혼자 버겁게 만들었던 피피티를 나눠서 만듦으로써 일사천리로 피피티가 만들어졌다. 그 전까지 조용했던 숙대 체교 학생회장도 능동적으로 토론에 참여해 후배들을 이끌었고 8개 조로 나눠진 조에서 우리 조가 가장 일찍 피피티를 만들었다(그때는 학생회장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워크숍 과정이 끝나고 알게 됐다) 나는 피피티 작성자였고 동시에 발표자여서 더 남아서 준비했다. 발표자는 2명으로 했다. 다음날 내가 발표자인 학생회장한테 발표 합을 맞추자고 했는데 늦잠자는 바람에 맞추지는 못했지만 우리 조는 거짓말처럼 8개 조에서 우수조라는 상을 받았다. 최우수조는 아쉽지만 다른 조가 받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숙대 학생들에게 사과를 안 했으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또 지금까지 숙대 친구들과 대한체육회 인턴 형과 연락할 수 있을지 두렵다. 아마 토론은 매끄럽게 진행이 안 되 피피티도 늦게 만들었을 것이고 냉전 체제가 계속 유지됐을 거다. 발표자도 늦게 선정되고 우리 조의 인연은 그냥 2박 3일의 인연이었을 것이다. 나는 과정이 끝난 후에도 연락해 몇몇 숙대 학생에게 연락하고 지낸다. 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사과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영화 '신과 함께'를 보면 이런 멘트가 나온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중 일부만이 용기를 내서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또 그 중 정말 극소수가 진심으로 용서한다” 나는 용기를 내서 진심으로 사과했고 숙대 친구들은 극소수로서 진심으로 용서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깟 자존심 때문에 사과를 안 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가. 옹졸한 마음 떄문에 꽁해있어서 친구와 혹은 형 누나와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는가. 속상한 기분을 표출할 떄도 품격있게 해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대응해 화내지는 않았는가. 먼저 사과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사과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었나. 마음속으로 자신을 통렬히 반성하면서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고 큰 교훈을 준 대한체육회 국제부 인턴 형한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때 사과를 안 했으면 어땠을지 지금 생각해보면 등골이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