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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ketball story/KBL 심판

선수보다 힘든 농구심판 훈련 활기와 생기로 가득한 아마추어 신인 심판교실 현장을 가다

선수보다 힘든 농구심판 훈련

활기와 생기로 가득한 아마추어 신인 심판교실 현장을 가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늦가을치고 다소 무더운 지난 13일 인헌고등학교 체육관에서는 20기 대한농구협회 신임심판교실 교육생 21(12, 9)이 목청껏 핏대를 세우며 휘슬을 불고 있었다. 교육생들은 총 10주간 교육을 받으며, 3주는 이론교육으로, 나머지 7주는 실기교육으로 이루어진다.

오전에는 스트레칭(Stretching)과 런닝(Running)을 하면서 휘슬을 부는 연습을 했다. 뛰면서 휘슬부는 연습을 하는 이유는 실제 경기에서 심판은 평균 3km를 뛰고, 숨이 헐떡헐떡 거리는 상태에서도 휘슬을 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구역 상황에서 휘슬을 늦게 부는 심판은 공무원으로 치면 직무유기이다. 농구심판은 선수들이 엉켜있고 뒹굴고 있는 혼잡 상황에서 휘슬이 늦으면 싸움이 일어나기 때문에 휘슬이 바로바로 나가야 한다. 휘슬을 즉각적으로 부는 연습은 심판에게 필수적인 덕목이다. NBA심판의 휘슬 반응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교육생들의 활기와 생기를 불어넣는 재밌는 놀이 게임이 진행됐다. 딱딱하고 엄숙한 실기 연습에서 잠깐 벗어나니 교육생들의 얼굴은 웃음꽃이 만발했다. 본격적으로 조 강사에 의해 시그널 연습(Signal, 심판의 신호)이 시작됐다. 시그널이란 심판과 경기부원들끼리 아는 몸으로 표현하는 공식 신호다. 테이블 오피셜(경기부원)에 리포팅할 때는 구두로 함께한다.(국제대회는 영어로 말한다) 시그널을 할때는 휘슬을 불고 몸으로 신호를 한 다음, 휘슬을 입에서 내려놔야 한다. 시그널의 순서는 번호(동시에 Talking) - 파울(Foul) 방향(Direction)이다. 시그널의 종류에는 파울, 바이얼레이션, 킥 볼, 점프볼, 24초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 외워야 한다.


  

출처: 국제농구연맹(FIBA)

 

교육 분위기는 심판 교육답게 웃음이 별로 없다. 체육관에는 천둥번개같은 휘슬소리만 울려 퍼졌다. 공기는 엄동설한같이 무척 차가웠다. 조 강사가 파울, 바이얼레이션, 방향 등 시그널의 종류를 알려주면서 다시 한번 시그널을 할때는 휘슬을 입에서 놓으라고 주장했다. 처음이라 낯설어서 그런지 교육생들은 시그널을 하면 휘슬을 입에서 놓아버리고, 휘슬을 계속 입에 물고 있으면 시그널이 잘 되지 않았다. 조철휘 강사의 쓴 호통이 이어졌다. “휘슬 놓지 마세요! 처음이라 잘 안되겠지만 휘슬도 신경쓰고 시그널도 생각해야 합니다.” 교육생들의 얼굴은 빨갛게 홍당무가 됐다.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진 뒤 위성민 교육관이 2심제 기준(모든 교육은 2심제 기준으로 교육이 이뤄졌다) U파울(Unsportsmanlike Foul, 비신사적인 행위), T파울(Technical Foul) 상황시 심판들의 위치에 대해 자세히 말했다. 위성민 교육관은 한 심판은 하프라인을 양발에 걸쳐 있고 다른 심판은 슛을 쏘는 선수에게 볼을 핸딩(handing)한 뒤 자유투라인 연장선상 위에 서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판들끼리 서로 볼을 던지는게 아니라 굴려서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생들이 직접 심판이 돼 반코트에서 U파울 상황시 위치로 이동하는 연습을 했다. 로테이션 도중 한 교육생이 휘슬을 물고 리포팅을 해 체육관에 웃음바다가 됐다. 그녀는 멋쩍은 모습을 보였지만 여장부처럼 마지막 시그널을 깔끔히 마무리했다. 한창 로테이션이 진행되는 중 조철휘 강사가 심판의 움직임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에게 볼을 건넨 심판은 프리드로 라인에서 연장선상 2,3발 뒤로 가도 됩니다. 멀리 갈 필요 없어요.”

 

더 나아가 두 심판이 백코트에서 프런트 코트로 이동하면서 하는 U파울도 진행됐다. 40분간 계속 U파울 강의가 이어졌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지만 21명 모두 한 명 한 명이 다 했다.

점프볼이 일어나는 상황을 만들어 점프볼 시그널과 움직임을 연습했다. 백코트 상황에서 점프볼 시그널을 한 뒤 콜(call)한 심판은 볼을 선수에게 수도하고(건네주고) 비쥬얼(visual) 카운트를 하고 동료 심판이 백코트에서 프런트 코트로 이동하는 연습이었다. 조철휘 강사는 점프볼 시그널을 하고 오피셜 테이블에 있는 표지판을 확인한 후 다음 위치로 이동하라고 강조했다.

 

터치 아웃 상황시 백코트에서 프런트 코트로 이동하는 경우 교육이 이뤄졌다. 위 교육관이 잠깐 교육을 멈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심판이 이동할 때 선수의 위치에 따라 같이 이동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돼요. 선수 뒤에 있으면 터치아웃을 볼 수 없습니다.”

조 강사의 표정은 강직한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심판이 실수하면 실수를 당한 선수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기에, 교육생들을 위해 사랑의 매를 들 수 밖에 없었다.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조 강사는 심판의 시선이 프런트 코트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백코를 보면서 프런트 코트로 이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 교육관은 오전 교육을 마치기 전에 두 심판은 서로 도와줘야 된다고 심판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꿀맛같은 식사를 마치고 오후 교육이 시작됐다. 오후교육에 앞서 한 사람이 질문을 했다. 점프볼의 표지판이 잘못 설정되면 어떻게 하느냐였다. 조철휘 강사는 현재 일하고 있는 경기원들에게 쓴소리를 날렸다. “경기부원들 중 오래한 분들이 있는데 그 중 타성에 젖은 분이 몇몇 있다. 점프볼 상황이 일어나면 표지판 방향을 버꿔야 되는데 바꾸지 않는 것이다. 심판이 실수할 수가 있다. 점프볼로 인해 팀에게 소유권을 잘못 주면 경기원 책임이 아니라 심판 책임이다. 심판도 1쿼터에 어느 팀이 먼저 소유권을 가져 갔는지 인지해야 한다.”

 

실기연습으로 한줄로 서서 한 명씩 뛰면서 백코트 바이얼레이션 시그널을 하는 연습, 백코트에서 프런트코트까지 스프린트(sprint)해 방향을 찍는 법을 했다. 조 강사는 스프린트(sprint)를 할 때 손을 옆구리에 붙이고 위아래에 흔들라고 했다. 뛸 때는 간결하고 힘있게 하라고 강조했다. 다음 L(리드, 골밑쪽 심판)이 백스텝하고 앞으로 걸은 뒤 라인크로스 판정을 하는 것이었다. 난이도가 쉬워서인지 교육생들은 잘했다. 전환 과정에서 두 심판이 백코트에서 프런트 코트로 이동하고 L이 파울 콜(call)을 한 다음 T(trail, 벤치쪽 심판)랑 로테이션(위치 바꾸기)하는 연습을 했다. 덧붙여 타임아웃 시그널까지 했다.

 

더블 콜(Double call) 상황이 주어졌다. 더블 콜이란 두 심판이 같이 휘슬을 분 경우다. 이때는 L이 올라와 리포팅을 한 후 프리드로 연장선상에서 두 손을 드는 것까지 했다.

 

교육이 끝나고 교육생들이 직접 선수와 심판이 되어 경기를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위성민 교육관이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농구 실력을 보려고 하는게 아니에요. 심판 보는 겁니다. 트레블링, 더블, 파울 다 잡아내세요.” 벤치에서는 교육생들이 서로 만담이 이어졌다. “파울들 많이 하세요. 심판들 힘들게 하게조철휘 강사는 주의를 줬다. “극동대 현역 선수들도 있으니 위험한 플레이는 가능한한 삼가주세요.” 위성민 교육관은 심판으로서 경기 시작 전 해야할 행동들을 말해줬다. “복장, 목걸이, 귀걸이 절대로 안되고 유니폼 다 바지 안으로 집어 넣는거 다 확인해야 합니다.”

 

4분씩 교육생 2명은 심판이 되고 나머지 10명은 선수가 되어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도중 심판이 잘못된 콜을 하면 바로바로 위성민 교육관과 조철휘 강사가 경기를 멈춰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설명했다.

조철휘 강사는 메모장과 펜을 들고 2명의 심판이 어떤게 부족한지 계속 메모했다. 선수들이 제한구역에 계속 있어 장난을 치자 조철휘 강사의 독설이 이어졌다. “선수들 장난 치지 마세요! 모두 열심히 하셔야 해요. 진지하게 하세요.” 선수들의 경기 열기만큼 심판들을 가르치는 위 교육관과 조철휘 강사의 조언도 뜨거웠다.



경기가 끝나면 바로 모두가 모여서 위성민 교육관과 조철휘 강사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교육생들 모두가 집중하고 귀를 쫑긋 열며 경청했다모든 교육생들이 돌아가면서 심판을 봤다. 심판 마지막 조가 되자 극동대 선수들은 태풍과 같은 응원을 펼치며 자기팀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녀들은 마치 굶주린 백성들이 임금에게 밥을 달라듯이 소리를 질렀다.

 

위성민 교육관은 끝으로 수강생들을 불러 모아 심판에 대한 덕담을 건넸다. “처음 심판을 잘 못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일련의 과정이며 처음부터 심판을 잘본다면 배울 이유가 없습니다.”심판은 1쿼터 5분 콜이 무척 중요합니다. 선수들, 코치들이 심판의 성향을 파악하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했다. 위 교육관은 다음주 교육은 직접 연습경기에서 심판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심판을 보지 않는 교육생들은 한줄로 서서 파울 상황이면 주먹을 쥐어서 파울 시그널을 하십쇼. 저 경기에 내가 저 심판인 것처럼 연습을 하면 실력은 금방 향상될 겁니다.”라고 확신했다. 끝으로 심판이 경기를 좌지우지 해서는 안됩니다. 심판의 능력이 향상되면 경기가 더 재밌어 집니다. 심판의 중요성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쉬는시간 도중 틈틈이 교육생들에게 솔직한 의견을 물어보니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대단히 높았다. 다들 농구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농구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사람들이었다. 한 교육생은 모르는 것을 알았을 때 쾌감이 있다고 전했다. 호기심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고 했다. ‘배우는 즐거움이 가득하다고 한다. 교육을 신청한 사연도 시시각각이었다. 2급 자격증이 있지만 현역 심판으로 활동하고 싶어 신청한 교육생, 대한농구협회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교육을 알게 돼 저 멀리 농구 하나가 좋아 전남과 대구에서 상경해 주말만 지인 집에서 숙박해 교육을 듣는 사람, 동호회 농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개를 통해 교육을 신청한 사람, 일본에서 오랫동안 여자선수 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지인들 소개를 통해 신청한 여성분. 여러 색깔이 있었다. 마지막 교육이 끝나면 교육생들은 자격증을 따든, 못따든 아름다운 색깔을 가진 무지개가 되지 않을까.

 

2015-2016 시즌 프로농구연맹(KBL) 경기본부에서 심판업무를 담당했던 수강생 최민경(28)씨는 같이 심판자격증에 관심있는 사람을 통해 심판교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심판 자격증이 있는게 커리어(career)에 있어 도움이 될거 같아 지원했다고 지원한 계기를 말했다. 최민경 씨는 선수 시절때는 심판의 입장을 잘 몰랐었는데 심판이 직접 되보니 선수때보다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고 활짝 웃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1급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성실히 교육을 받겠다고 다짐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선수를 했었던 최아영 씨는 대한농구협회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심판교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청한 계기에 대해서는 여고시절까지 선수를 했지만 농구 규칙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스스로 부끄러웠다. 유소년 농구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규칙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농구 규칙에 대한 관심을 절감했다. 그녀에게 농구 심판이란 무엇인지 묻자 선수 시절이 좋았다. 무한히 배워야 겠다고 방긋 웃었다.


 

올바른 심판교육과 협회에 대한 쓴소리

사실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다. 필자는 대한민국 농구협회 심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구심판에 대해 애정이 무한하고 프로농구연맹(KBL)에서 교육받으면서 아는 만큼 보였기 때문에 글을 쓴다. 대한농구협회 심판교육이 약간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20기 신임심판교실에서 교육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2년 전인 필자가 교육받았던 프로그램하고 다 똑같았다. 사실 심판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지루하고 딱딱하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교육을 받았었는데 지금 보니 교육생들이 재미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틀에 박힌 프로그램이 아니라 심판 무브먼트(movement)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재밌고 효율성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농구와 달리 미국의 캔자스대학교 농구부는 워밍업(warming up) 조차도 재밌게 훈련한다고 한다.

대한농구협회 홍보팀은 자성해야 한다. 어떻게 2013년 이후로 심판을 교육하는 보도자료가 하나도 없는 것인가. 최근 국제심판 6명의 실기능력과 이론 자질을 테스트하는 목적으로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FIBA ASIA DEVELOPMENT Clinic’이란 심판 교육도 보도자료가 없었다.(대신 대한농구협회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L0jDQeCfPM&t=13592s) 심지어 강사인 조철휘 강사는 취재하기 전 본인에게 취재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적인 이유 하나만으로 기자를 따로 불러 신경질을 내며 짜증을 냈다. 취재하는 내내 상당히 불편했고 기분이 나빴다. 대표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신임심판교실이란 과정을 치면 필자가 쓴 블로그 기사 여러개와 2013년에 있었던 17기 신임심판교실 기사가 딱 1개 나온다. 한 농구인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나라가 농구대잔치 이후로 농구가 망한 이유로 심판이 일조한 게 있다고 했다. 협회도 심판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매년 교육하는 신임심판교실보도자료를 내서 일반인들에게 이런 교육을 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신임심판교실을 통해 1급 자격증이 있어야 국제심판도 될 수 있다. 현재 프로농구연맹에서 활약하고 있는 황인태 심판(8), 여자농구연맹(WKBL) 이경환 심판(15), 대한체육회 상임심판 김청수 심판(7)이 다 신임심판교실 출신들이다.

지방에서 하는 심판교육도 필요하다. 인터뷰를 해보니 전남, 대구 등 멀리서 온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잠은 어디서 해결하냐고 물으니 협회에서 숙박이 제공이 안돼 눈치를 보며 지인 집에서 잔다고 했다. 교통비도 KTX를 타면 6만원 가량 나와 매주 올때마다 약간 금전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신임심판교실 과정은 2급이 주어지는 과정으로 3급과 달리 오랫동안 교육이 있다. 숙식, 교통비가 지원이 안된다면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신임심판교실 과정이 개설돼야 한다.

 

최근 1113일부터 20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FIBA AISA U-18 CHMAPIONSHIP FOR WOMEN’대회에서 대한농구협회 김보희 심판()20일 결승전인 중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제1부심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 심판이 국제대회 결승전 심판으로 들어간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리우올림픽 여자농구 결승전을 들어간 황인태 심판과 김보희 심판을 보면 우리나라 국제심판의 실력은 다른 아시아권에 비해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머지않아 농구대회의 꽃인 농구월드컵’(구 세계선수권)에서도 우리나라 심판이 휘슬 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